정확히 2021년 5월 27일 목요일날 다녀왔다. 동대문 밀리오레를 포함해 두타, 헬로APM 등등. 동대문 쇼핑몰은 내 나이 고등학교 때 그야말로 범접할 수 없을 만큼이나 대단한 장소였다. 옷 좀 입는다는 패션리더들이 밥 먹듯 찾던 장소였고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쇼핑몰 내부의 주인장들이 하나같이 싸가지가 없었어도 그들은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에서야 세기말 감성이다, 새천년 감성이다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추억의 일부가 되었지만 감성은 개뿔.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대문 밀리오레는 여전히 2001년에 갇혀 있을 정도로 양아* 집단이었다.
내 나이 스물 하나? 딱 그때까지만 동대문 밀리오레, 두타 등을 다니다가 인터넷 쇼핑몰이 점점 활성화가 되기 시작하고 중저가의 브랜드 옷들이 대거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대문을 끊는 계기가 되었다. 뭐 그게 아니었어도 거의 쓰레기급에 해당되는 호객 행위에 질려서 발을 끊었을 것이다. 그 후로 나는 정말 동대문 밀리오레, 헬로APM 등을 전혀 찾지 않았다. (아주 가끔 두타 정도는 방문했다) 2021년 5월 27일, 얼마 전이다. 급히 소품이 필요해서 동대문을 찾아야 했다. 친구와 함께 동대문에서 만나 두타를 먼저 훑고 평화시장을 훑었으나 마음에 드는 소품이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구매할 수 있었지만 원하던 소품의 배송기간이 무려 2주가 걸려있었기 때문에 급히 동대문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밀리오레 5층? 6층을 올라가보기로 했고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사진 속 저 출입문을 열어보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1층은 여전히 여성 코너였는데 다들 코로나 시국인지라 직원들이 마스크를 굉장히 잘 쓰고 있었고 손님 응대도 그 사이 많이 변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깥에서 볼 때의 밀리오레는 거의 폐건물 수준으로 앙상해 보였으나 여성 코너인 1층은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밀리오레 안 망했네?"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2층을 지나 3층? 4층? 남성 코너를 마주했을 때. 그때 나와 친구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남성 코너에 있는 직원들인지 사장들인지 단 한 명도 제외하지 않고 턱스크를, 코스크를 하고 있던 게 아닌가? 남성 코너에 내린 것이 아니라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 특성상 각 층마다 바로 입성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으니 가능한 목격이었다. 여하튼 3층이었는지, 4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남성 코너에 진입했을 때. 그렇게 개떼같이 몰려드는 호객 행위를 보니 내가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2001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대충 6,7명은 됐었다. 히히덕거리며 나와 친구를 바라보면서 그 6,7명의 남자들이 단 한 명도 마스크를 하지도 않은 채 "옷 보고 가요~" "뭐 찾는 거 있어요?" 라며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는 마치 악마의 미소를 보는 것 같았다.
와...어떻게 이 시국에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호객 행위를 할 수가 있는걸까? "미친 거 아니야?",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네?" 등등의 내용으로 친구와 대화를 했다. 가짜뉴스, 거짓말 지어내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 5월 27일 목요일 오후에 직접 목격한 리얼 200% 경험담이다. (내려오면서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놨어야 했는데 호객 행위 꼴보기 싫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사람들이 붐비는 1층 여성 코너와는 달리 3층이었는지, 4층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남성 코너에는 손님보다 직원들(사장)이 더 많았다. 자기들끼리 그냥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턱스크, 코스크만 한 채 실실 웃고 있던 그 악마같은 집단의 목격은 2021년에 마주한 백투더퓨처였다.
두타는 그나마 낫다. 두타는 호객 행위가 없어지면서 기존 양아*, 쓰레*가 연상되는 안 좋은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디자이너 샵이 대거 들어섰고 나이키나 아디다스, 반스, 커버낫 등의 브랜드 상점들이 입점됐다. 그렇다고 두타가 멀쩡하다는 건 또 아니다. 지하에 있는 반스와 커버낫을 들리기도 했는데 두 곳 다 서비스가 엉망이었다. 손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들어오든지 말든지 관심이 아예 없어서 그냥 나와버렸던 적이 있다. 예전엔 커버낫이 꽤나 가격대가 나가는 도메스틱 브랜드여서 그에 맞게끔 피드백도 빠르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면 담당자들이 직접 댓글을 달아주기까지 했는데 사업이 커지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제발 기본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만 채용해주면 좋겠다. 뭐 결론을 내보자면 두타는 호객 행위가 없어졌지만 직원들(반스, 커버낫)의 서비스가 도긴개긴이라고 할 수 있겠고 밀리오레 남성복 코너(최소 에스컬레이터 입구 쪽) 직원들(사장)은 코로나 시국에 단 한 명도(내가 본 6,7명)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도 않은 건 물론, 개떼처럼 몰려 들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용산 전자상가가 딱 그랬다. 조금만 어려 보이면 헤드락을 걸어 본인 가게에 데리고 들어가는 인간 말종같은 호객 행위가 밥 먹듯이 이루어졌다. 동대문도 똑같다. 내 나이 14살 때, 친구와 옷을 사러 갔다가 그 당시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게 어깨동무를 한 뒤에 본인의 신발 가게로 데리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범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는 동대문, 용산의 국룰이었기 때문. 그래서 그때 나는 계획에도 없던 리복 짝퉁 운동화를 3만원인가? 주고 산 적이 있다. (그 때 그 사람 지금은 40대 중반 쯤 됐을텐데 뭐하고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 그리고 내 나이 스무살 때. 한참 숏자켓이 유행이었던 지라 기장이 좀 짧은 자켓을 사러 밀리오레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20대 후반? 그 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를 어찌나 불러 세웠는지. 숏자켓 필요하다니까 다 있단다. 근데 기장이 다 길어서 내가 한 바퀴만 돌고 온다니까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 줄 아나? 그 층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아, 미친 *** 숏자켓인가 뭔가 찾는데잖아, 그래서 보여줬더니 병**** ***"
(바로 앞 점포 사장에게 내 욕을 했던 것)
거짓말 같을 것이다. 손님 등에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욕을? 그게 가능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동대문은, 특히나 밀리오레는 당연히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5월 27일에 다녀온 동대문 밀리오레 남성복 코너 입구 쪽에 서 있던 남자 직원들인지, 사장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6,7명이 넘는 남자들 중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아 충격이었다. 20년이 훌쩍 넘은 곳이지만 바뀌지 않는 호객 행위와 양아*같은 행동들이 없어질 수 있는 건 건물을 헐고 새로 짓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가보다. 얼마 전 기사를 봤다. 동대문 밀리오레에 입점한 사장들이 그동안 중국인들 때문에 먹고 살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며 매일매일이 울상이라는 기사. 한국 손님에게도 이러는데 한국말 못 알아듣는 중국인들에게는 얼마나 더 심할까? 힘들다고? 그럼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보해야지, 왜 본인들만 아직도 2001년에 갇혀 있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은 직원들, 사장님들도 계실 것이다. 어딜 가나 미개한 존재들 때문에 괜히 상관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으니... 아, 그래서 소품은 구했냐고요? 다행스럽게도 5층이었나? 원하던 소품은 아니었지만 거의 비슷한 걸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사장님이었는데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어디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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