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도 된 것 같다. 사실 커피빈은 가뭄에 콩 나듯이 가는 곳이긴 한데 어느 날 영화도 볼 겸, 시간이 조금 촉박해서 커피 한 잔에 샌드위치 하나 먹어볼까 했다. 당시 샌드위치 종류가 이거 하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주문을 했는데 이름하여 <에그 잼 사라다 샌드위치>.
음료는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어차피 관심도 없고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메뉴명에 사라다가 들어가 있다. 여기서 사라다는 일본말이다. 우리나라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의 식민 통치 아래에 있었다.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제로 일본어를 배워야 했고 써야만 했다.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1등을 했음에도 그는 고개 숙여 울 수 밖에 없었다. 태극기가 아니라 일장기가 걸렸었으니까.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거다) 사라다라는 이 단어 하나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불편한 게 맞겠지. 불편했다. 굉장히. 그리고 괜히 내가 창피했다.
커피 브랜드 중에 나름 스타벅스와 견줄 만한 곳이긴 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커피빈이 스타벅스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이유다) 나름 브랜드 가치가 있는 커피빈에서 이런 몰상식하고 역사에 무지한 일본어를 그대로 메뉴에 넣어 판매를 한다는 건 같은 대한민국의 사람으로서 참으로 쪽팔린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가방끈이 긴 거는 아니지만 공부는 못해도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늘 찾아보고 또 보고 상기한다. (다른 나라의 역사는 몰라도 우리나라 역사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니?) 유럽 사람들은 누구나 역사에 대해 궁금해하고 깊이 알고 있는 걸로 유명하다. 언젠가 한 번 우리나라에 놀러온 이탈리아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가이드 해주며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자기가 한국 친구들이 좀 있는데 열명 중 8명은 한국 역사를 전혀 알고 있지 못하는 것. 내가 다 창피하고 쪽팔렸던 적이 있다.
"너희 나라인데 어째서 왜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고 몇시에 일어났는지를 몰라? 학교에서 안 배워? 한국도 일제강점기가 있었잖아. 그것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들 대답을 못하던데?"
역사에 참 무지하다. 관심도 없는 거고.
일본인들의 혀 특성상 샐러드라는 발음이 안되서 만들어진 사라다. 지금도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고 특히나 젊은 친구들은 일본 감성에 아직도 푹 빠져서 전범국가인 일본의 역사는 뒤로 한채 좋아하기 바쁘다. 90년대 초,중반 생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하게 마주했을 것이다. 학교 앞 문방구에 있던 짱깸뽀 오락기. 동네마다 있던 데덴찌. 이게 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금까지 그 뿌리를 뽑지 못한 치욕의 결과물이다. 식당에 가서도 "이모, 다데기 좀 더 주세요" 부터 "다마네기 좀 더 주세요" 같은 말 역시 지금도 종종 들어볼 수 있으니까. 너무나도 가난했던 나라, 먹을 게 없었던 그 시절에 우리의 수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가 되고 강제집용이 되는 뼈 아픈 역사를 맞이해야했다. 일본은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전범국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커피빈 에그 잼 사라다 샌드위치라는 이 메뉴의 이름을 보고 고객센터에 정중히 글을 올렸다. 담당부서에 전달 하겠다는 답변은 받긴 받았는데 그게 벌써 1년 정도 되었고 아직도 공식 홈페이지나 매장에서는 여전히 사라다 샌드위치로 팔고 있는 걸 보니 "어쩌라고" 심보로 볼 수 있다. (빽다방의 사라다빵도 똑같다 영향력이 그렇게 있는 사람이 앞장 서지 않고 계속해서 일본어를 메뉴명으로 삼는 건 역시나 역사에 무지하다고 본다) 세계에서 가장 로비를 잘 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 민족성 어디 안 감) 영화를 봐도 일본의 혼다나 도요타 같은 자동차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재난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탄 차도 토요타였고 주변에 널부러진 몇십대의 자동차 모두 혼다와 도요타 뿐이었다. 후원? 투자? 말이 후원이지 그게 다 알게 모르게 하는 로비다.
세계 곳곳을 가도 일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카메라는 이미 캐논이나 니콘이 장악했고 대체품이 없을 정도니까. 세븐 일레븐, 유니클로 등등. 우리가 살면서 일본 제품을 아예 안 쓰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므로 커피빈의 에그 잼 사라다 샌드위치 같은 경우에도 충분히 고칠 수 있는 일본어인데 1년 동안 아몰랑 하면서 귓등으로 듣는 걸 보니 역시 스타벅스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사라다"로 표기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심지어 설명란에도 "양배추 사라다가 들어있다" 라고 적혀 있다. 근데 그와중에 영어 메뉴는 샐러드다. 왜? 사라다 그 발음 그대로 표기하지? 왜요? 커피빈 코리아 대표가 누군지, 임직원은 누구인지, 심지어 메뉴개발팀? 이거 허락해준 사람이나 만든 사람이나 대표나 임직원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 이렇게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 없는 브랜드다. (어떠한 커피빈 매장을 가봐도 스타벅스 만큼이나 친절한 직원들을 본 적이 없으니 이건 또 우리나라 속담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 사소하다고? 사소하다고 이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록 전범국가인 일본과 국내에 침투해있는 친일들은 더욱 더 환호한다. 그게 일본이 원하는 그림이니까. 아무리 사소한 역사라고 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개돼지가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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