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떡볶이집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광고는 절대로 아님을 강조하며! 이곳은 굉장히 오래된 곳으로서 떡볶이 좀 먹는 사람들 사이에선 방탄소년단급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하여 H.O.T. 떡볶이로도 유명한 곳인데 80,90년대생들에겐 나누미 떡볶이보다는 H.O.T. 떡볶이로 더 이름을 날린다고 할까? 그 이유는 바로 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세기말
1999년 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한국 가요계는 H.O.T.가 거의 독식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범접할 수 없을 만큼의 아우라는 물론, 공식 팬클럽이었던 Club H.O.T. 유료 회원수가 무려 10만명. 팬덤 문화를 이끌어간 최초의 아이돌이자 그 기록이 깨지지 않는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1999년, H.O.T.는 4집 아이야로 활동을 하기도 했었는데 12월 31일 MBC 가요대제전에서 무려 카운트다운을 하는 자정, 그러니까 2000년 1월 1일을 맞이하는 자정에 H.O.T.가 단독무대를 꾸밀 정도였다. 장충체육관의 90%가 하얀 풍선들로 가득차 있었고 웃펐던 게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H.O.T. 의 무대만 현장 소리를 없애기도 했었다. (원래 이런 건 현장의 팬클럽 함성 소리를 듣는 재미인데) 어쨌든 그때. MBC 일밤에는 '신장개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신동엽이 MC로 기억하는데 H.O.T.편을 다시 찾아보니까 그때는 보이지 않았다. 당시 노원구 중계동에 거주 중이던 소녀 가장이 떡볶이집을 신장개업하는 게 목표였고 그때 게스트가 바로 H.O.T.였다. 그리고 그 소녀 가장이 개업할 떡볶이집의 떡볶이! 그 떡볶이 맛을 전수해줄 곳, 전수해준 곳이 바로 여기 <나누미 떡볶이> 되시겠다. 그래서 당시 신장개업 프로그램을 보면 이곳 <나누미 떡볶이>가 그대로 나온다. (그 골목 그대로) 소녀 가장의 떡볶이집 이름도 맛나 떡볶이로 기억을 하는데 정확하지는 않고 필자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갑자기 궁금해져서 중계동 그 떡볶이집을 검색해봤더니 몇몇 팬들의 (H.O.T.팬들) 글을 본 결과 오래전에 이미 없어졌다고 한다.
쌀떡볶이
사실 필자는 처음 가본 곳이었다. 지난 주에 친구를 대학로에서 만났었는데 평소 떡볶이 귀신이던 그 친구가 "H.O.T. 떡볶이 먹으러 갈래?" 라고 물어보길래 나는 내 귀를 의심했었다. 혹시 토니가 예전에 잠깐 하던 그 떡볶이집인가?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원래 내놓으라하는 S.E.S. 공식 팬클럽 출신인데 별개로 H.O.T.는 우상이었다. 서태지 시대를 살았던 모든 형들과 누나들이 좋아하던 것처럼 말이다.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듣게 된 뒤에 나는 너무나 가보고 싶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어도 갔을 것이다. 동시대를 함께 했던 나의 우상,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그 우상의 혼이 담긴 곳이라니! 들어가자마자 너무 신기했다. 정말 친구의 말대로 빛바랜 H.O.T.의 사진이 걸려 있었던 것. 서울에 살면서, H.O.T.를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나는 왜 이곳을 모르고 있던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했다. 기쁜 마음으로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어묵 두 개를 주문했다. 떡볶이는 보시다시피 쌀떡이다. 개인적으로 밀떡은 안 먹는 편인데 쌀떡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어릴 적에는 밀떡이 좋았건만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확실히 쌀떡이 더 쫄깃하고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맛은 살짝 매콤한데 평소에 매콤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입에 잘 맞을 것이다.
왼쪽이 떡볶이 1인분, 오른쪽이 순대 1인분, 그리고 어묵 되시겠다. 가격표를 모르고 안찍었는데 오래된 로컬 맛집인 것에 비해 싼값은 아니다. 쌀떡볶이 1인분 기준 4천원으로 기억하고 순대도 그 가격으로 기억한다. 어묵은 개당 천원. 그래서 딱 만원 나왔다. 우리동네 쌍문시장에서 파는 떡볶이, 순대는 1인분에 3천원인데 사진보다 두 배는 주고 맛도 솔직히 우리 동네가 몇백배는 더 좋다. 하지만 이곳에 반한 이유는 딱 한 가지. H.O.T. 때문이다. 가격은 미래지향적이지만 맛과 분위기는 과거를 지향하니까.
대학로 나누미 떡볶이를 들어가면 수많은 인증샷 중에서도 단연 H.O.T.의 빛바랜 이 사진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미쳤다. 나는 이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빛바랜 저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잠시나마 코흘리개 중학생이던 나를 만날 수 있었고 그때 살던 중계동 그린 아파트도, 우리 집 거실부터 식탁, 텔레비전, 무엇보다 건강하고 젊었던 우리 할머니와 부모님이 생각났다. 그 추억만으로도 나는 만감이 교차했고 행복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인 것을 알기 때문에 가슴이 막힌듯 답답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인증샷도 걸려 있다. 필자도 저 프로그램을 봤었는데 문희준과 토니가 택시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H.O.T. 얘기를 했었을 때. 그때 두 사람은 이곳을 다시 찾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H.O.T.의 흔적 말고도 이렇게 싸인, 각종 텔레비전에 나온 인증샷들이 꽤 많은 곳이다. 사실 멀리서 올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워낙 오래된 곳이고 나처럼 H.O.T.의 팬이었다면? 지금도 팬이라면 한 번쯤 와도 좋은 곳은 맞다.
24시 영업
일명 H.O.T. 떡볶이 <대학로 나누미 떡볶이>는 24시간 영업이라고 한다. 더 정확하게는 성균관대 사거리, 성대 올라가는 골목에 자리잡고 있고 보시다시피 일하시는 이모들이 꽤 많다. 더 소름인 건 언제 가도 사람이 많다는 것 (친구의 말) 새벽에는 더 많단다. 떡볶이, 순대, 어묵은 괜찮은데 김밥은 사람들이 말하길 별로라고 한다. 김밥이 4천원인데 참 비싼 가격인 건 맞는듯. 계속 바쁜데 이모들이 정말 친절 또 친절하다. 바쁘면 바쁘다고 짜증내는 곳들이 수두룩해서 여간 밥맛 떨어지는 식당도 많은데 여기는 반대였다. 킹왕짱 친절하심!
MBC 신장개업 HOT와 함께 맛 전수했다는 메인 문구가 입구에 걸려있다. (HOT 아니고 중간에 점 세 개 찍어줘야하는데...) H.O.T. 이렇게 -_-ㅋㅋ 어쨌든 과거로 여행하기에 충분했던 대학로 나누미 떡볶이집. 이름하여 H.O.T. 떡볶이! 가격은 미래지향적이지만 분위기는 분명 과거가 맞으니까 근처에 약속 있다면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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