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봤다. 친구와 지난 주말에 보고 왔는데 솔직히 나는 관심이 없었다. 슬램덩크 세대이긴 한데 그때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박상민의 OST가 더 유명했던 만화 <슬램덩크>도 드릅게 재미없었고 만화책? 뭐 그냥 그랬다. 어쨌든 친구가 며칠 전부터 슬램덩크 노래를 불러대서 나를 데리고 간 것이었는데 하아...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음...전국 체전에 관한 얘기에 그 속에서 송태섭의 가족사를 중간마다 보여주는데 왔다갔다 하는 회상신과 현재의 장면이 두통을 유발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일단 전국 체전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면서 강백호의 이야기가 아니라 송태섭의 이야기를 중덤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강백호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채치수도 그대로 나오고 서태웅도 나오고 채소연도 나오고 뭐 그렇다. 다만 그들의 비중은 굉장히 적으며 (카메라에 비춰지는 정도와 몇 마디의 대사?) 거의 송태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프닝은 송태섭의 유년 시절을 보여준다. 아, 그 전에 원작의 이야기를 그려낸 게 아니냐는 사람들의 말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이 영화는 슬램덩크가 가진 기본적인 소재는 다루고 있고 송태섭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위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송태섭은 형이 한 명 있었다. 아래로는 여동생이 있었고 부모님은 어머니가 계셨다. 형과 근처 농구장에서 늘 농구를 함께 했고 어느 날 갑자기 형이 선약이 있다면서 친구들과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갔다가 그대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아버지를 잃은지 얼마 안 되서 형까지 잃은 송태섭과 가족. 이 이야기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오프닝이다.
나는 신파를 극도로 싫어한다. 자연스러운 이별과 슬픔은 환영하지만 굳이 누구 하나를 꼭 죽이거나 몹쓸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극도로 싫어하는데 나는 송태섭의 가족사를 신파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달갑게 볼 수 없었고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그 촉은 결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전국 체전과 송태섭의 가족사를 중간 중간마다 집어 넣어서 다른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나에겐 많이 지루한 시간이었다.
송태섭 가족사 이제 알겠는데 그걸 계속 등장 시키니까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알려줘도 된다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했다. 원작 역시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면서 새롭게 펼친 이 이야기가 차라리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러닝타임에 비해 보여지는 스토리와 장면들이 너무 질질 끄는 게 단점이다. 굳이 이 이야기가 2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관객들에게 보여져야할 내용인가 싶었다. 지루하다. 루즈하다. 질질 끈다. 진부하다. 심심하다.
강백호 개인적인 이야기, 채소연과의 일상, 채치수와 부딪히는 장면, 나머지 멤버들 간의 일상, 학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경기 등을 차라리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서 보여주었다면 2시간은 그나마 재밌었을 것 같다. 볼 게 많으니까. 그런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송태섭의 가족사와 전국 체전 경기로 꽉 채워놨으니 가족사 봤다가 경기 봤다가, 경기 봤다가 또 가족사 봤다가...편두통이 올만도 하지. 그에 비해 호평이 굉장히 많던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뭐 워낙 골수팬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나는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 하고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다. 결말에서는 송태섭이 미국으로 가면서 끝나고 자막 다 올라간 뒤에 쿠키 하나가 나오긴 하는데 거의 농락 수준이니까 굳이 안 봐도 된다. 나는 더빙판으로 봤는데 자막판은 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 더빙판이 뭔가 더 향수를 자극시킬 것 같기는 하고 친구도 생각보다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고 한다. 내 평점은 10점 만점에 4점? 친구는 5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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